난 오늘 아침 아트센터 나비 관장 노소영씨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요즘 그녀는 최태원 SK회장과 이혼 소송으로 핫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다른 행보의 내용이라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최근 며칠간 한 지방대와 서울대를 방문해 특강을 진행하며 Chat GPT 시대에 한국 교육의 목적을 재고해야 할 때라고 소회를 밝혔다 한다. 그러면서 'tabula rasa'란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tabula rasa'
나는 처음 들어 보는 단어이다.
나무위키에서 찾아보니 '타불라 라사(tabula rasa)는 라틴어로 '깨끗한 석판'을 뜻하며, 철학에서는 보통 영어식 번역인 '빈 서판(blank slate)'으로 통용된다고 한다. 이 철학 이론은 태어날 때 인간의 본성은 마치 비어있는 백지와 같으며, 이후 각종 경험으로부터 서서히 마음과 지성이 형성된다고 주장한다'는 내용이다.
그 기사의 일부를 발췌하면 이렇다.
그러면서 "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넘어 이제 교육의 목적 자체를 재고할 때"라고 강조하며 " 나는 tabula rasa를 상기하면서 지방대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삶 또는 배움의 목적은 저 빈 캔버스에 멋진 자화상을 그리는 것이다. 정체성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고,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붓을 들고 있다. 자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고.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은 정체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 그래야 오리지널(독창성)이 생기고, 그것만이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노소영 관장은 한 학생으로부터 '관장님의 타불라 라사에는 어떤 그림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참으로 멋진 강연과 멋진 질문이다.
이 기사를 접하며 레오 버스카글이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서 언급한 내용과 오우버랩됐다.
모든 인간은 누구나 미지의 요소를 갖고 있는 독특한 개체입니다. (중략) 교육의 본질이란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독창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그것을 계발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그것을 나누어 줄 수 있는 방법을 친절히 가르치는 일입니다. 이 강의실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각자가 독특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더욱더 독창성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교육은 각자 다른 학생들이 똑같은 테스트를 거쳐 모든 과목에서 모두 잘하도록 하는 레오나르도나 미켈란젤로 형의 전인적 인간이 되도록 한다. One-size-all-fits형(만능인, 천편일률적인) 인간이다. 대학에서도 어느 한,두 과목이 두드러진 인재보다 두루두루 잘 하는 학생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이것도 저것도 잘해야하는 보통의 아이가 되고만다. 인공지능이 흉내낼 수 없는 나만의 무기를 하나라도 갖춘 독창성이 돋보이는 아이로 자라게 하려면 일단 환경과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똑같은 토양에 계속 같은 비료(교육)를 주면서 독창적인 색다른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한 발 떨어져 하나라도 잘하여 그 분야를 꽃피울 수 있도록하는 여유있는 시간과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에게 많은 지식을 주입하려고 하기보다 아이가 가진 재능을 들여다 보고 그 잠재력을 끌어내라는 말이 생각난다. 아이는 태어나면서 벌써 어느 정도의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상태로 태어나는 것 같기도하다. 거기에 경험과 배움, 환경을 통해 덧칠해지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로서 오늘 'tabula rasa'란 단어를 접하며 나는 아이들에게 그들이 받아든 빈 캔버스(백지)에 어떤 그림을 그리게 했는지, 스스로 붓을 들게 했는지, 아이들 그림에 부모가 섣불리 덧칠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부모인 나에게도 질문을 던져본다.
'나의 tabula rasa엔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리고 있는가, 그리고 싶은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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