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님의 책 '과학콘서트' 중 내 삶의 진폭은 얼마나 될까하는 소제목이 눈길을 끈다.
자기 삶의 진폭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세요. 이건 행동반경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먼저 내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명단을 한번 작성해 보세요. 일로 잠깐 만나는 사람들 말고 일상에서 내가 노력해서 만나는 사람의 수를 세어 보세요.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에 의하면 사람에게는 최대 150명 정도의 지인이 있다고 하고, 바쁜 현대인들은 원숭이 수준(70~80명)의 사회적 관계도 어렵다고 한다. 아~ 나는 원숭이 수준도 안되는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고 있었네. 그리고 나머지는 대부분 가족. 주부라면 그 세계가 더 좁고, 좁다. 나의 창이 되어주는 것은 책과 유튜브 밖에 없다.
새로 고침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새로고침을 하려면 여러분의 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습관을 바꾸는데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지요.
새로고침을 하려면 습관을 바꿔야 하는데, 습관을 바꾸려면 엄청난 에너지와 주의력이 필요할 터. 난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루틴을 돌리고 대신 마음의 안정을 디폴트로 받았다. 만약에 지금의 삶이 너무 지겹고, 안일하다고 생각된다면 루틴에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돌려야 한다. 정재승씨는 우리가 인생을 리셋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나와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날 일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생각에 대한 노출도 없을 것이라고 주의를 준다. 새로운 만남, 그리고 새로운 생각의 유입.
아~ 필요한 일이다만 사람을 만나는 것도 스트레스이고, 어느 누구는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만나는 것을 줄이라고 권한다. 사람을 만나 외로움을 채우려고 하는 것인지,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는 것인지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지는 거겠지.
요즘 문득 내 삶의 스펙트럼이 너무 좁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에서 밥하고, 살림하고, 아이들 뒷바라지하고.
나만의 루틴 속에서 편안하게 있다가도 문득 이 루틴이 지겹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아니 그 무엇보다도 심드렁한 얼굴 표정이 맘에 안든단 말이지. 이렇게 반복된 루틴과 편안함에 길들여져서 내 삶이 재미없다고 생각했다가, 별일없는 하루하루에 감사하다고 생각했다가. 그러다 문득 안되겠다 싶으면 해외여행을 가거나, 이사를 가거나 목돈을 들여 변화를 시도하여갑자기 유목민 본능을 자극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왜 새로운 삶을 시도하지 않는가. 나를 분석해 봤을 때는 나는 좀 게으른 성향이고, late-adapter인거 같다. 유행도 다 지나야 받이들이고. 그냥 나의 반복적인 습관이 삶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고, 안정성을 보장해 주니 굳이 효율 대비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는 늘보(sloth) 성향인 것을 변명으로 삼아본다.
책과 유튜브만이 유일한 나의 새로운 생각의 유입처인데, 가끔은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주저하고 안정적인 루틴만을 돌리는 나 자신에게 말해본다. '안전한 루틴은 나이들어 할머니가 되어서도 충분하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것저것 해보고 너의 삶의 스펙트럼을 넓혀 보라고. 그래야 적적한 노년의 삶이 충만해 지지 않겠어. 그냥저냥 하루하루 사는 네가 좀 안스럽고 지겹지 않아? 가족을 서포트하는 삶에서 조금은 너의 삶의 지분을 넓히고자 몸부림을 쳐보라구. 이 천상 게으른 늘보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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