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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매일 읽겠습니다/황보름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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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소개하는 책이 좋다.
'담요와 책만 있다면'(임성미 저) 같은 책.
책을 소개하고 작가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책.
책의 바다에서 어떤 책을 건져 올려야 할까 고민이 될 때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서평이나 감상은 책을 고르는 고민과 시간을 줄여주지 않는가. 내가 궁금해하는, 찾아다니는 소재가 거론되고 있다면 '그래, 옳다구나' 이번에는 이 책을 읽자꾸나 구미가 당긴다.

From Pixabay

'안녕하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북토크에 다녀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인간, 황보름 작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녀가 쓴 에세이 두 권을 냉큼 빌려왔다. 그녀는 책을 좋아하는 찐찐 책 덕후였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낸 '안녕하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소설 무대는 서점이고 책에 둘러싸여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을 취한다. 이번에 내가 읽은 '매일 읽겠습니다'는 책덕후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해봤을 방법들과 고민들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나도 책 읽는 걸 좋아하지만 딱히 사는데 바로바로 효용성이 없는 듯 보이는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궁금해진다. 그래서 묻고 싶어 진다. 왜 책을 읽고 읽는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방법의 책 읽기가 소개되고 있어서 그녀가 쳐 놓은 책그물에 한번 걸려들면 빠져나올 수 없게끔 촘촘히, 세밀하게 책 읽기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조근조근 얘기해 주는 방식을 취한다.
그녀는 하루 한 권, 한 달에 30권, 1년에 365권씩 읽어보라는 다소 가열차고, 벅차게 독서 근육을 만들라는 식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전적으로 작가의 책 읽는 취향이 진하게 배어 있다.
책이 좋아 책을 읽노라는 전형적인 '책 읽는 인간'이 책을 소개해주니 새로웠다. 반갑기도 했다.
책 읽고 재미없으면 덮어도 되고, 어려운 고전은 읽고 나서 그 생각들이 곰삭는 시간을 주는 그런 독서를 하라 한다.

From Pixabay

작가는 말한다.
사람 사이에도 딱 그만큼의 인연이 있듯, 책과 사람 사이에도 지겹게 이어가다 정나미 떨어지기보다 새 인연을 찾듯 다른 책을 찾아 나서라고. 참 부담 없고 현실적인 책 읽기 독려다. 요즘 책 읽기를 체력단련하듯 치열하게 읽을 것을 권하는 책도 많다 보니 이런 느긋하고 나긋나긋하게 책 향기에 묘하게 빠져 들도록 유혹하는 작가의 접근법이 신선했다. 그리고 '지금은 틀리고 나중에는 맞다.'는 표현도 공감이 갔다.  지금은 안 읽히는 책이 언젠가 다른 상황, 다른 시간대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책이 있기 마련이기에.
책 읽고 글쓰기가 일상이 되어 체화된 사람으로서 압도적인, 현학적인 느낌이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고 물 흐르듯 부담 없는 책덕후로서의 책 안내가 좋았다. '책 읽기란 이런 거고 이런 책도 참 좋더라'라고 넌지시 또는 조곤조곤 얘기해 주는 방식의 책 소개 에세이집이 좋아 필요한 부분 필사도 하며 연거푸 두 번이나 읽었다.
 
왜 책이어야 하는가?
기술이 그렇게 발달했어도 종이책의 위력은 시대가 흘러도 그 위엄을 가질 것이며 인간의 사유와 철학을 담당할 적임자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영장류로서 삶을 영위할 때, 부하를 걸어 뇌를  멈추어 사고할 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책이 맡은 중요한 임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혹은 무슨 특별한 사람이 되거나, 책을 통해 위대한 족적을 남기는 사람이 아니어도 책 한 권 읽고 내 가슴이 좀 몽글몽글 따뜻해지고, 타인을 향한 시선이 '아, 이렇게만 살지 않고 저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라고 이해의 폭이 쪼끔이라도 넓어졌다면 책의 역할은 충분하고 책 읽을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 본다. 
 
만약 너의 인생책은 뭐야, 질문을 받는다면?
아, 큰 일이다. 딱히 없다.
그럼 좋아하는 작가는?
글쎄. 그럼 무취향? 아무거나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는 잡식성 인간?
나도 책에 대한 나만의 취향과 궤도를 만들어 가봐야겠다.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왜 읽어야 하는지 묻는 이가 있다면 감히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무공해 순도 100% 책 lover의 달콤 쌉싸름한 속삭임에 책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길 테니까.
그리고 나도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요즘 무슨 책 읽고 있어요?' 

<인상적인 문장들>

'요즘 무슨 책 읽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유독 마음의 빗장을 여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삶에 책을 곁들이는 순간 우리는 꽤 용감하게 마음의 문을 연다. 나의 외로움, 부족함, 고민을 고백하고, 나만의 고유한 가치관, 세계관을 드러내고, 내면의 불확실함과 나약함을 수줍게 나눈다. 내 안에 꼭꼭 숨어있던 성찰의 문고리가 열려 나를 반성하는 인간으로 거듭나게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무슨 영화 봤어요?" "어떤  드라마 보고 있어요?"하고 묻는 사이사이 "요즘 무슨 책 읽어요?"하고 묻고 싶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서 아주 작은 공간에라도 책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내 마음의 빗장을 당신 앞에서 열고 싶다.' - 매일 읽겠습니다-

"문학 작품을 읽으면 사고의 측면에서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열립니다. 인간이 삶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 페터 비에리/ 자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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