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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하며

내 보폭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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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와서는 영어 공부한답시고 한국 드라마를 잘 안보고 있었다. 한류의 위상 덕에 많은 한국 드라마가 있음에도.
애들 아빠도 드라마는 잘 안보는 편인데 인기있는 드라마는 몇 편을 보기 시작하니 정주행이다. 이번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편이다. 나도 살짝살짝 옆에서 보다보니 어린이 해방 사령관(?)편을 보게 되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자물쇠 학원이라든가, 카페인 음료를 마셔가며 공부하는 내용이나, 초등학생이 미적분까지 공부한다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히 식사 해결하고 다음 학원을 간다고 하는 것은 너무 부풀려진 내용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가보다.
나도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을 둔 부모로서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부모의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자제를 하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그림 그리기, 피아노 치기, 영어책 읽기, 수영등을 맛보게 하고 권유했지만 이런 것들은 사실 부모인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나에게 물어본다. 거기다 공부도 잘 해야 하고 사회성이 좋으면 금상첨화라니.
캐나다에 와서 몇 년 사는 동안에도 한국 부모인 나는 한국과 캐나다 교육이 혼재되어 있음을 보게된다. 영어는 문법 위주가 아니고 듣고 쓰고
말하는 영어를 해야한다. 수학은 한국 수학보다 1년 정도 느리다. 복습하는 느낌. 수학은 만만하게 하는 듯 한데. 방향을 아직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관심이 공부에 맞혀져 있는건 아닌지 돌아본다.
부모가 흔들리는 동안 어느 단계에서는 어려웠겠지만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했다.
영어도, 생각 주머니도, 아이들과의 어울림도...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나이 차가 많이 난다. 그래서 애들 아빠는 우리의 낡은 교육관이 아이들에게 주입되지 않아야 된다고 얘기한다. 그게 쉽지 않지만 말이다.
인디언이 아래에 폭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채 노젓는 방법만을 후손에게 가르쳤다가 자멸했다는 내용이 떠오른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미래에는 어떤 인간형이 필요한지 모른채 우리는 열심히 노젓는 법만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지.
전기 충격을 오랫동안 받은 개가 나중에는 목줄이 없는 상태가 되어도 도망가지 않고 자기 체념 상태에 있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분명 캐나다라는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데도 과거의 패턴, 자기의 성향에 머물러 있다. 아이들이 좀더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였으면 하는 바램인데 아이들 역시 자신의 comfort zone에 머물려고 한다.
아마 본인의 성향도 있고 유전인자 탓도 있고 부모의 간섭으로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무언가 해보고 싶다고, 이것이 불만이라고 요구하는 것이 없다. 부모가 알아서 이것저것 챙겨주니 아이들은 부족함이 없는 것인지. 부모의 상황을 보고 알아서 요구하지 않는 것인지. 캐나다의 교육 환경을 보면 교육이란 재촉한다고, 조바심 내서 빨리 달리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님을 느낀다.
캐나다와 한국의 상황은 너무 다르기에 무엇이 맞고 틀리고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무언가를 향해 열심히 달린다는데 난 웬지 겁이 난다. 내가 공부할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
아이들이 알아서 잘 헤쳐 나가주길 바랄 뿐이다.
자신의 호흡대로, 페이스대로 나가주길.
그래도 인생은 늦지 않고 언젠가 자신에게 순서가 온다. 조금 늦고 빠를 뿐.
인생 길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고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로도 가보고. 네가 어느 길 위에 서 있든 너의 삶을 탐색하고 디자인해보렴 하고 말해 주는 부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토닥여 보지만 우린 왜 교육에 있어서는 그리 불안한건지. 서로 서로 불안을 한수저씩 떠먹여 준다. 난 살만큼 살았고 세상 이치도 알 만한 나이인데도 흔들린다. 쟤가 뛰니 너도 뛰어
하면서 영문도 모른채 뛰게 하는 부모가 되지 않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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