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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 최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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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방문을 잠그기 시작했다.
처음엔 누나가 방문을 잠그더니, 이제는 중학생 아들도 방문을 잠근다.
큰 아이는 그러다 말았지만 둘째는 아침부터 하루종일 문을 잠근 채 두문불출이다.
그런 적이 없던 터라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의 마음을 잘 모른채 엄마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그래서 소개받은 이 책이 반가웠다. 아이가 방문을 잠그게 된 이유...궁금하다.

Unsplash 의 Kelly Sikkema

 엄마의 어떤 말이 아이의 마음을 닫게 했는지도 모른다. 아이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변화되는 혼란한 시기를 맞고 있는 중일 것이다. 아니면 자신만의 간섭받지 않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던지. 아이들의 성장기를 지켜보며 이럴 땐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어떤 말로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되고 조심스러워진다.
작가는 아이의 걸어 잠근 문이 열리기까지 문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엄마 자신을 키우라고 한다. 닫힌 문을 억지로 열기보다 엄마 자신을 채우고 성장하며 아이의 정서적 방문이 열리길 기다리라고 하신다. 또한 아이들이 성장하는 힘든 시기를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독서 지도자이자 심리 상담가로서 살면서 체득한 경험들을 풀어내며  아이들과 읽었던 책을 작가의 통찰력있는 관점으로 소개해 주신다. 아이는 하나의 우주이고 부모는 옆집 우주이니 아이의 온전함을 믿고 기다려주면 어떻겠냐고 하신다. 

Pixabay의  Daria Głodowska

나도 아이들과 책을 읽고 성장기의 혼돈의 시기를 잘 통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큰 아이는 학업부담으로 여유가 없고 작은 아이는 마음처럼 책을 좋아해 주지 않는다. 공교육의 기본지식에 자신만의 철학을 덧입히려면 책을 읽고 생각해보고 글을 써봐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심심해서 책이라도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동할 시간을 빼앗겨 버렸다.
아쉽지만 엄마가 먼저 읽고 아이에 대한 마음을 헤아려보고 부모로서의 역할을 돌아본다.
작가 분은 카프카의 변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부의 추월차선, 주홍글씨 등 여러 권의 생각해 볼 만한 책을 소개해 주시며 나름의 깊은 혜안과 성찰들을 공유해 주신다. 책을 읽고 이렇게까지 아이의 마음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작가의 깊은 사유에 고개가 숙여진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캐스트 어웨이' 등 몇 편의 영화를 통해서도 생각할거리들을 던져 주신다.

Pixabay의 Ghinzo

아이가 방문을 잠그고 아이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 책을 읽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부모가 아이에게 읽을 책을 골라서 추천해줘도 좋고, 엄마가 아이와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눠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에서 두드러진 점은 아이의 마음읽기와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인문학적인 깊은 통찰력이다. 작가는 아이들이 결정권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문제들을 해결해 갈 수 있도록 한발짝 떨어져 지켜봐 줄 것을 조언한다. 아이가 사춘기라는 성장의 혼란스러운 터널을 건널 때 엄마는 인생의 조력자로서 아이들의 성장을 도와준다면 힘든 시기를 잘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시기가 분명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지만 부모도 자신을 돌아보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을 보낸다면 아이의 좌충우돌 사춘기 시절을 잘 보냈다고 얘기할 날이 오지 않을까. 부모로서 인생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도록 돕는 좋은 안내자가 되야함을 생각해본다. 사실 부모로서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먼저 살아본 경험많은 인생 선배라기보다 부모로서의 부족함과 욕심을 맞닥뜨리게 되는 때도 많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아이가 성공, 좌절, 기쁨, 슬픔, 외로움등 인생의 여러 맛을 맛보도록 여유를 지녀야겠다. 부모가 먼저 살아봐서 아는데 하면서 결정권을 쥐려는 모습보다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성숙한 부모의 모습일테다. 부모로서 어떤 가치관으로, 어떤 시선으로 아이들의 인생을 응원해 주어야 할지 책을 덮고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인상적인 문구
아이들은 뭔가 부족하고 채워져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할 때는 걱정이 많았다. 알려줘야 하는 것도 많고 바꿔줘야 하는 것도 많기 때문에 조급했다. 아이의 온전함을 믿는다는 것은... 어떤 삶을 살든 아이가 주인이고 그 모든 것을 겪어낼 가치가 있다는 걸 믿는 것이다. 그것이 믿어지니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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